‘검판변’ 최소 149명 후보 등록…“법조 과다 대표 우려”

입력 2024.02.01 (16:11) 수정 2024.02.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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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가 6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검사·판사·변호사들의 출마 행렬이 두드러집니다. 아직 후보 등록 기간이 50일 정도 남아있어 출마 행렬은 이어질 걸로 보이는데, 법조계와 법조 이익이 과다 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제(31일) 오후 3시 기준 22대 국회 예비후보 등록자 중 검사·판사·변호사 이력이 있는 인물은 149명으로 파악됩니다.

검사 출신은 37명(국민의힘 28명·더불어민주당 8명·개혁신당 1명), 판사 출신 14명(국민의힘 11명·민주당 3명), 판사·검사 이력이 없는 변호사 98명(국민의힘 49명·민주당49명)입니다.

아직 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출마 선언을 한 경우도 많아 이 추세대로라면 법조계 출신이 역대 최다일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 인구 0.05% 법조인, 의석 15% 차지

현 21대 국회에서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 당선자는 46명, 15.3%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법조계 출신 최종 후보자가 117명임을 감안하면 당선율은 39.3%에 이릅니다. 이 비율은 매년 비슷하게 유지돼, 총선 때마다 국회의원으로 가장 많이 충원되는 전문직군은 법조인 출신입니다.


법률 전문가로서의 경력이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활동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반면 특정 직업 집단이 의회에서 과다대표되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우선 한국과 주요 국가들의 상황을 비교해볼까요.

영국은 변호사 출신 하원의원이 7.2%로, 기업계 출신(17.2%), 정치·사회·정책 연구직 출신(8.9%)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기업 임원 출신이 21.1%로 가장 높았고, 이어 교육계 출신(9.5%), 의사·약사 등 전문직 출신(5.4%)이었습니다. 변호사 출신은 4.8%에 그쳤습니다.

일본 중의원은 정계 출신(33.8%), 의원 보좌진 출신(15.9%), 국가·지방 공무원 출신(15.5%)로, 직업적 배경 1~3위가 모두 공직자 출신이었습니다. 변호사 출신은 3%로 낮았습니다.

미국 의회에선 법조인 출신이 압도적이지만 19세기 중반 80%에서 1960년대 60%, 현재는 40% 내외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 '법률 전문가로서의' 입법활동 기대?…"글쎄"

우리나라 전체 국민 중 법조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0.05%도 안 되는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15%입니다. 300배 과다 대표 되는 셈입니다.

보고서는 법조인의 의회 진출이 많은 이유에 대해 "법률전문가로서 교육 과정가 실전 경험이 의원에게 요구되는 입법 전문성과 직결된다고 평가하는 정당과 유권자들의 기대를 들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권자의 선호에 따라 과다 대표되는 점도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요? 기대와 달리 법조인 출신 의원은 전문성을 가지는 사법 관련 입법활동을 제외하고는, 법안발의나 가결율 등 전반적인 입법활동 성과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미 여러 연구에서 나타났습니다.

■ "과다 대표·법조 이익 대변 우려"

법조계 출신이 국회 전문성을 강화하기보다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주로 진보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변'에서, 국민의힘은 검찰에서 법조인을 충원하면서 21대 국회의이념 갈등 양상이 더욱 심화된 측면이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입니다.

또, 변호사 집단의 이해관계와 상반되는 내용의 법안은 법조인 출신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법사위가 국민의 이익이 아닌 변호사의 이익을 수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얘기입니다.

보고서는 "국회가 사회의 다양한 직업집단 구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최대한 다양한 사회집단들이 국회에서 대표될 수 있도록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부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참고자료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 법조계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2024.1.31.)
<법조인출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은 차이를보이는가?>, 전진영·김인균 (의정논총,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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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2-01 16: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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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가 6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검사·판사·변호사들의 출마 행렬이 두드러집니다. 아직 후보 등록 기간이 50일 정도 남아있어 출마 행렬은 이어질 걸로 보이는데, 법조계와 법조 이익이 과다 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제(31일) 오후 3시 기준 22대 국회 예비후보 등록자 중 검사·판사·변호사 이력이 있는 인물은 149명으로 파악됩니다.

검사 출신은 37명(국민의힘 28명·더불어민주당 8명·개혁신당 1명), 판사 출신 14명(국민의힘 11명·민주당 3명), 판사·검사 이력이 없는 변호사 98명(국민의힘 49명·민주당49명)입니다.

아직 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출마 선언을 한 경우도 많아 이 추세대로라면 법조계 출신이 역대 최다일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 인구 0.05% 법조인, 의석 15% 차지

현 21대 국회에서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 당선자는 46명, 15.3%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법조계 출신 최종 후보자가 117명임을 감안하면 당선율은 39.3%에 이릅니다. 이 비율은 매년 비슷하게 유지돼, 총선 때마다 국회의원으로 가장 많이 충원되는 전문직군은 법조인 출신입니다.


법률 전문가로서의 경력이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활동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반면 특정 직업 집단이 의회에서 과다대표되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우선 한국과 주요 국가들의 상황을 비교해볼까요.

영국은 변호사 출신 하원의원이 7.2%로, 기업계 출신(17.2%), 정치·사회·정책 연구직 출신(8.9%)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기업 임원 출신이 21.1%로 가장 높았고, 이어 교육계 출신(9.5%), 의사·약사 등 전문직 출신(5.4%)이었습니다. 변호사 출신은 4.8%에 그쳤습니다.

일본 중의원은 정계 출신(33.8%), 의원 보좌진 출신(15.9%), 국가·지방 공무원 출신(15.5%)로, 직업적 배경 1~3위가 모두 공직자 출신이었습니다. 변호사 출신은 3%로 낮았습니다.

미국 의회에선 법조인 출신이 압도적이지만 19세기 중반 80%에서 1960년대 60%, 현재는 40% 내외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 '법률 전문가로서의' 입법활동 기대?…"글쎄"

우리나라 전체 국민 중 법조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0.05%도 안 되는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15%입니다. 300배 과다 대표 되는 셈입니다.

보고서는 법조인의 의회 진출이 많은 이유에 대해 "법률전문가로서 교육 과정가 실전 경험이 의원에게 요구되는 입법 전문성과 직결된다고 평가하는 정당과 유권자들의 기대를 들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권자의 선호에 따라 과다 대표되는 점도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요? 기대와 달리 법조인 출신 의원은 전문성을 가지는 사법 관련 입법활동을 제외하고는, 법안발의나 가결율 등 전반적인 입법활동 성과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미 여러 연구에서 나타났습니다.

■ "과다 대표·법조 이익 대변 우려"

법조계 출신이 국회 전문성을 강화하기보다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주로 진보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변'에서, 국민의힘은 검찰에서 법조인을 충원하면서 21대 국회의이념 갈등 양상이 더욱 심화된 측면이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입니다.

또, 변호사 집단의 이해관계와 상반되는 내용의 법안은 법조인 출신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법사위가 국민의 이익이 아닌 변호사의 이익을 수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얘기입니다.

보고서는 "국회가 사회의 다양한 직업집단 구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최대한 다양한 사회집단들이 국회에서 대표될 수 있도록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부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참고자료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 법조계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2024.1.31.)
<법조인출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은 차이를보이는가?>, 전진영·김인균 (의정논총,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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